김세영_正

 

작업 노트 

바를 정()

고대에는 전쟁을 일으킬 때 정당한 명분이 필요했다.

적들을 정벌하여 흐트러진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명분은 전쟁에 나서는 이들의 사기를 높이 기에 충분했다.

바를 정()자의 기원은, 역설적이게도, 여기서 나왔다. ()을 정벌하여 바르게 만들다

우리는 저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
그렇다면, 마침내 그 목표를 이루는 것이 정말로 바른 삶일까?

삼십대, 한국사람, 여성, 누군가의 친구, 애인 그리고 부모님의 딸. 내 이름 앞에 붙는 수많 은 타이틀은 내게 끊임없이질문한다.

바르게 산다는 건 무엇일까?

조금 멍이 들더라도 삶의 주체인 나 자신만을 위해 오롯이 살아내는 것이 그것일까, 아니면 남들이 보기에 흠이 없고그럴싸한 삶이 그것일까.

누구나 마음속에 불꽃이 존재한다.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은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남아 타오르기만을 기다린다. 나는 그 불꽃으로 나를 둘러싼 관습이라는 숲을 태우고 싶었다.

무엇이 되어야만 하고 무엇을 가져야만 하는,
그렇지 않으면 낙오자, 실패자, 도망자가 되어버리는 현실을 향해 때로는 전쟁에 나선 용맹한 병사처럼, 때로는 성난무소처럼
나는 한 손에 횃불을 들고 내달렸다.

내가 그렇듯 당신 역시 그럴 것이다.
스스로 바라던 모습과 현실의 모습이 일치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우리는 그것을 이미 기적이라고 부른다.

나와 당신은 내 안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투쟁하고 방어한다. 위태롭고 불안하게.

나는 그 불안하고 불완전한 모습에서 진짜 을 발견했다.
견고한 현실에 외로이 발을 내딛고, 아슬아슬하게 편 양팔이 만들어낸,

바를 정()

그 아름다움을, 그 치열함을, 그 자랑스러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위로하고 싶었다.

그러한 나와 당신의 현재를.

2020 김세영 <>
프로필 김세영/ Saeyeong Kim / olml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