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리_나의 엄마는 여성공장장

 

작업노트

부모님의 사업이 어려워졌다. 친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된 이 ‘철근 사업’은 유통만을 추구했지만 상황이 악화되면서 철근을 가공하는 공장까지 이르게 되었다. 사업이 처음부터 이렇게 힘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좁은 땅덩어리에 건물을 올리던 7-80년대에는 빛을 발했다. 대기업은 단단하게 뿌리내리어 유지를 하거나 상승세를 탔지만 중소기업인 부모님의 공장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렸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하지 않는 작은 일들을 맡아하기 때문에 분명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인데, 현재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은 희미해지기도 혹은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다.
공장장인 아빠가 자리를 비운 지 8개월이 지났다. 아빠가 없다한들, 공장에는 계속 철근을 실은 화물차가 들어오고 ‘툭-툭-’ 둔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이곳에 아직 엄마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혼자 남은 엄마를 정말 혼자 둘 수 없어서 나는 엄마를 주기적으로 찾아갔고 이것이 작업의 시작점이었다. 끊임없이 오는 전화에 미소를 지어야 하는 일, 공장 직원들을 위해 반찬을 만드는 일, 철근을 직접 절곡하고 절단하는 일 등. 경제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일손을 최소화하여 네 일 내 일이 구분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엄마는 갖가지 일들을 하고 있음에도 투정 한 번 부리지 않는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꽃을 가꾸기도 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오히려 고단함 속에서도 행복을 즐길 줄 아는, 그러니까 삶을 즐기는 방법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무거운 철근을 들고 움직이는 강인한 여성, 바로 나의 엄마이자 이 공장의 공장장이다. 상황이 다이나믹하게 변한 것은 없다. 앞으로 좋은 변화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아마 앞으로 고난이 다시 찾아와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고 무너지더라도 재빨리 생활을 되찾는 힘을 가질 거다. 그게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이 아닐까! 엄마가 사랑했던 꽃집을 그만두었다고 해서 꽃을 바라볼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상황이 좀 어려워졌다고 행복을 찾을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삶이 고단함의 연속일지라도 그 속에서 우리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음 먹기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삶의 질도 달라진다. 이러한 이야기가 이 공장에만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우리와 같은 상황에 처할지도 모르거나 이미 진행 중일지도 모른다.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모든 분들, 잘 버티어 내기를 바란다.

김아리/Kim Ari/timevv@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