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송_My Place

My Place

가족은 완전한 타인은 아니다. 가장 가까운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인만큼 반드시 서로의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사고하는 방식부터 행동하는 순서까지 우리는 아버지 혹은 어머니의 행동을 그대로 답습한다. 특정한 날씨에 특정한 음식이 먹고 싶었는데 가족이 그것을 사온다든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다가 같은 부분에서 똑같은 말을 했다는 등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내가 싫어했던 부모님의 모습을 나에게서 발견하기도 한다. 닮는다는 말은 단순히 외모나 성격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의 삶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균형이 무너져 갈등에 빠진 가족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적으로든 서로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조용한 냄비도 뚜껑을 열어보면 끓고 있다’는 말이 있다.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는 가족도 한 꺼풀만 열어보면 곧바로 문제가 드러난다는 얘기다. 문제가 없는 가족도 병을 앓고 있지 않은 가족은 없다. 모두가 안 그런 척하고 있을 뿐이다. 즉 ‘가족이라는 병’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은 흔하디흔한 병인 것이다.

생각해보자. 우리는 가족을 선택하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첫울음을 울었을 때 이미 틀은 정해져 있다. 그 틀 안에서 가족을 연기한다. 아버지, 어머니, 자식이라는 역할을.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우리는 우연히 한 가족 안에서 살아가는 것일 뿐,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타인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가족들은 서로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족이니까’라는 말로 서로에게 기대를 하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상처를 받는다. 그렇게 받은 상처들이 퇴적되어 불화와 사건을 만드는 것이다.

모든 가족이 그러하듯 우리 가족 또한 그러했다. 아버지의 은퇴, 어머니의 치료, 오빠의 미래에 대한 고민, 나의 진로 고민, 경제적 상황 등 지속적인 변화와 함께 무수한 고민과 갈등 상황을 겪었다.
그 무수한 상황들 속에서 우리 가족은 갈등하고 불안해 하면서도 때로는 함께였고, 때로는 혼자였다.
이 작업은 그 안에서 ‘나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나의 기록이자, 우리 가족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