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진_현진의 기억

 

작업노트
현진의 기억 1996-2020
이현진 | 2020 | 7분25초 | HD | 컬러

내게 가정폭력이란 숨기고 살아가는 것이다.
가족에게 별 애정이 없다거나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다고 말을 하면,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어렸을 적 아픈 일이 있었다고 고백하면, 그 때부터 나는 동정의 대상이 되거나, 과연
내가 겪은 일이 폭력이라 부를 만한 일인지 아닌지를 타인의 기준으로 판단 받아야 하며, 그들에게 내 고통을 인정받는다 한들 나는 다시 동정의 대상이 될 뿐이다.

가정폭력을 겪은 사람이 일평생 피해자로서 고통 속에 갇혀 살아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 나름대로 고통을 받아들이는 법을 깨우치며 살아가게 된다. 나 또한 당당하고 즐겁게 잘 살고 있고, 완전히 화해했
다고 보긴 어려워도 가족과 교류도 하고 있다. 그럼 됐지, 다 지나간 얘길 왜 하느냐 묻는다면 내게는 그 일은 지나간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 답하겠다. 과거의 일은 과거로 남지 않고 현재에 여전히 남아있는 것
이다.